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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 방울 안 마시는데 지방간이라는 이유 — 용인 동백 한의원에서 보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진짜 원인
반갑습니다, 용인 동백 자연한의원 약손 권영배 원장입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건강검진 결과지를 들고 오시는 분들이 부쩍 늘어납니다.
표정이 다들 비슷하십니다. 억울한 표정이죠.
"원장님, 저는 술을 정말 한 방울도 안 마시는데요. 왜 지방간이라는 거죠?"
결과지 한 귀퉁이에 적힌 '경도 지방간' 다섯 글자. 의사 선생님은 살 좀 빼시라는 말만 하시고, 약도 따로 없다고 하셨다지요.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오십니다.
혼자만의 일이 아닙니다. 국내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은 25~30% 정도로 보고됩니다. 성인 네 명 중 한 명꼴이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로는 2018년 31만 8천여 명이던 진료 환자가 2022년 40만 7천여 명으로, 4년 만에 약 28% 늘었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이 나빠서'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몸이 쓰고 남은 에너지를 처리하지 못해 간에 임시로 쌓아둔 결과입니다. 그래서 원인은 간이 아니라 소화와 대사를 담당하는 비위(脾胃)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의학에서는 이것을 습담(濕痰)이 쌓인 상태로 봅니다. 간 수치만 쫓아다니면 몇 년째 제자리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마른 분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30년 가까이 진료하면서 제가 크게 배운 환자분이 한 분 계십니다.
마흔 초반의 여성분이셨습니다. 키에 비해 오히려 마른 편이셨어요. 술은 입에도 안 대시고, 담배도 안 하시고, 아침마다 걷기 운동도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검진에서 중등도 지방간이 나왔습니다.
본인도 억울하고 저도 처음엔 갸웃했습니다. 그래서 하루를 아주 자세히 여쭤봤습니다.
아침은 거르시고, 점심은 대충 김밥 한 줄, 저녁은 아홉 시 넘어 제대로 드시고, 그 뒤에 과일을 꼭 챙겨 드신다고 하셨습니다. 건강하려고요. 여름이라 수박이며 참외를 매일 큰 접시로 드셨고, 갈증 나면 주스를 드셨습니다.
배를 만져보니 아랫배는 차고 명치는 딱딱하게 뭉쳐 있었습니다. 혀에는 하얗고 두꺼운 이끼가 껴 있었고요. 늘 몸이 무겁고 오후만 되면 졸리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이분은 '많이 먹어서' 지방간이 온 게 아니라,
먹는 시간과 종류가 어긋나서, 처리하지 못한 것이 쌓인 겁니다.
저녁 식사와 과일 시간을 앞으로 당기고, 비위의 습담을 걷어내는 한약을 두 달 드시게 했습니다. 반년 뒤 재검에서 지방간 소견이 사라졌습니다. 몸무게는 2킬로그램밖에 안 줄었는데도요.
술을 안 마시는데 왜 간에 지방이 낄까요
용인 동백 자연한의원
택배 물류창고를 하나 떠올려 보세요.
트럭이 물건을 싣고 옵니다. 창고 직원들이 받아서 분류하고 다시 각지로 내보내죠. 이게 잘 돌아가면 창고는 늘 깨끗합니다.
그런데 직원은 세 명뿐인데 하루에 열 대씩 트럭이 들어오면 어떻게 될까요. 미처 못 내보낸 물건이 창고 바닥에 쌓이기 시작합니다. 통로가 막히고, 나중에는 새로 들어온 물건 놓을 자리도 없어집니다.
간이 바로 그 창고입니다. 우리가 먹은 것 중에 당장 쓰지 않는 에너지는 중성지방으로 바뀌어 간에 임시 보관됩니다. 원래는 필요할 때 꺼내 쓰라고 만들어진 아주 똑똑한 시스템이죠.
문제는 꺼내 쓸 일이 없을 때 생깁니다. 들어오는 양은 그대로인데 내보내는 일이 없으니 창고에 계속 쌓이는 겁니다. 술은 트럭 한 종류일 뿐입니다. 늦은 저녁 식사, 과일과 음료의 과당, 정제된 탄수화물, 그리고 앉아 있는 시간. 이것들도 똑같이 트럭입니다.
그래서 술을 한 방울도 안 드시는 분에게 지방간이 오는 게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마른 사람도 지방간이 옵니다 —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
동백 지방간 한의원
지방간 하면 배 나온 중년 남성을 떠올리시죠. 절반만 맞습니다.
비만인 분들의 지방간 유병률이 58~74%로 높은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마른 분들 중에도 상당수가 지방간을 갖고 계십니다. 오히려 이분들이 더 늦게 발견됩니다. 살이 안 쪘으니 본인도 의심을 안 하고, 주변에서도 아무도 그런 말을 안 하니까요.
앞서 말씀드린 물류창고로 다시 가보겠습니다. 창고가 크면 물건이 좀 쌓여도 티가 덜 납니다. 창고가 작으면 조금만 쌓여도 금세 통로가 막히죠.
마른 분들은 지방을 저장할 피하지방 창고 자체가 작습니다. 그래서 남는 에너지가 갈 데가 없으면 곧장 간이나 근육 같은 엉뚱한 곳으로 밀려 들어갑니다. 겉으로는 날씬한데 안쪽 장기에 기름이 끼는 겁니다.
이런 분들은 대개 근육량이 적고, 식사를 자주 거르고, 늦게 몰아서 드십니다. 한의학으로 보면 비기(脾氣)가 약해 운화(運化)를 못 하는 상태입니다. 소화기 자체의 힘이 부족해서 들어온 것을 제대로 돌리지 못하는 것이죠. 이런 분께 무작정 굶으라고 하면 오히려 나빠집니다.
한의학은 지방간을 간의 병이 아니라 비위(脾胃)의 병으로 봅니다
용인 동백 자연한의원

한의학에는 비주운화(脾主運化)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脾)가 먹은 것을 몸에 쓸 수 있는 형태로 바꿔서 온몸에 돌리는 일을 맡는다는 뜻입니다.
이 운화가 제대로 안 되면 소화되다 만 찌꺼기가 몸 안에 고입니다. 이것을 습(濕)이라 하고, 오래 고여 끈적하게 뭉친 것을 담(痰)이라 합니다. 합쳐서 습담(濕痰)입니다.
여기서 담은 가래만 뜻하는 게 아닙니다. 몸 곳곳에 눌어붙은 노폐물 전체를 가리키는 개념이에요. 이 습담이 간에 자리를 잡은 상태, 한의학은 지방간을 그렇게 이해합니다. 그러니 치료의 초점이 간이 아니라 비위로 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여기에 하나가 더 얹힙니다. 간주소설(肝主疏泄), 간이 기운을 막힘없이 흐르게 한다는 기능입니다.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화를 참는 일이 잦으면 이 소설 기능이 막히고, 막힌 자리에 습담이 더 잘 눌어붙습니다. 회식도 안 하고 술도 안 마시는데 유독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 간 수치가 오르는 분들이 계신 이유입니다.
몸이 무겁고 오후만 되면 가라앉는 느낌이 오래됐다면 만성피로 이야기도 함께 읽어보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한약이 간에 나쁘다는 말,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용인 지방간 한의원
이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는 없겠습니다. 지방간 진단을 받고 오신 분들이 가장 많이 물으시는 게 이겁니다.
"한약 먹으면 간이 더 나빠진다던데요?"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절반은 맞는 걱정이고, 절반은 오해라고요.
맞는 부분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간에 부담을 주는 약재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간이 상해서 오시는 분들의 상당수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즙, 환, 달인 물, 인터넷에서 산 건강식품을 드신 경우입니다. 어떤 재료가 얼마나 들었는지도 모르고, 본인 체질에 맞는지 확인한 사람도 없죠. 저는 이런 것들을 정말 말립니다.
오해인 부분은 이겁니다. 한의사가 진찰하고 처방한 한약과, 시장이나 인터넷에서 구한 정체불명의 즙은 완전히 다른 물건입니다. 앞엣것은 어떤 약재를 얼마나 쓸지 정하고 간 기능을 확인하며 쓰는 치료약이고, 뒤엣것은 그냥 식품입니다. 이 둘을 한데 묶어 '한약'이라 부르니 이야기가 꼬입니다.
근거도 말씀드리겠습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8편을 모아 분석한 연구에서, 한약과 생활 관리를 함께한 쪽이 생활 관리만 한 쪽보다 초음파상 지방간 소견 개선과 간 수치(AST) 감소가 유의하게 나았습니다.
다만 저는 지방간으로 오신 분들께 늘 혈액검사 수치를 가져오시라고 합니다. 치료 전과 후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좋아지는 것도 나빠지는 것도 숫자로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용인 동백 자연한의원에서는 이렇게 봅니다
용인 동백 자연한의원
먼저 유형을 나눕니다. 배가 나오고 얼굴이 붉으며 소화력이 좋은 실증형인지, 마르고 기운이 없으며 조금만 먹어도 더부룩한 허증형인지. 두 유형은 치료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앞엣분께는 쌓인 것을 덜어내고, 뒤엣분께는 돌리는 힘부터 채웁니다.
한약은 이 유형에 따라 다릅니다. 습담이 두텁게 낀 분께는 이진탕(二陳湯) 계열로 담을 삭이고, 간에 열이 몰린 분께는 인진(茵蔯)이 들어간 처방으로 열과 습을 함께 내립니다. 반대로 비기가 약한 분께는 사군자탕(四君子湯) 계열로 소화의 힘부터 세웁니다. 지방간이라고 다 같은 약을 쓰지 않습니다.
침은 담을 삭이는 대표 혈자리인 풍륭(豊隆), 소화의 근본인 족삼리(足三里), 명치 아래 중완(中脘), 간 기운을 풀어주는 태충(太衝)을 주로 씁니다. 이름이 어려우시겠지만, 요지는 소화기의 힘을 올리고 막힌 기운을 풀어주는 자리들입니다.
뜸은 아랫배가 차고 소화가 약한 분께 씁니다. 왕뜸으로 배 전체를 데워드리면 그 자리에서 배가 부드러워지는 게 손끝에 느껴집니다. 소화기는 따뜻해야 일을 합니다.
소화가 늘 안 되고 더부룩함이 오래된 분이라면 기능성 소화불량 글에서 그 뿌리를 더 자세히 다뤘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릴 것도 있습니다. 모든 지방간이 한방 치료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단순 지방간 단계라면 좋아지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미 간염 단계를 지나 섬유화가 진행된 경우에는 한계가 분명하고, 전문 검사와 추적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합니다. 저는 그런 경우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검사를 권합니다. 기대치를 정확히 맞춰드리는 것도 의료인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집에서 하실 것도 말씀드립니다. 저녁을 앞으로 당기세요. 무엇을 먹느냐만큼 언제 먹느냐가 중요합니다. 과일은 건강식이지만 밤에 드시는 과일은 그냥 설탕입니다. 하루 한 접시, 낮에 드세요. 음료와 주스는 줄이시고요. 그리고 굶지 마세요. 특히 마른 분들은 근육이 빠지면 더 나빠집니다. 식사를 거르는 대신 저녁 식사량을 줄이는 쪽이 낫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술을 전혀 안 마시는데 지방간이 나왔습니다. 왜 그런가요?
남는 에너지가 간에 저장되기 때문입니다. 늦은 저녁 식사, 과일과 음료의 과당, 정제 탄수화물, 활동 부족이 주된 원인입니다. 국내 성인 25~30%가 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해당합니다.
Q. 마른 편인데도 지방간이 생길 수 있나요?
생깁니다. 피하지방 저장 공간이 작아 남는 에너지가 간으로 바로 밀려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발견이 늦어 방치되기 쉬우니 검진 수치를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Q. 한약을 먹으면 간이 더 나빠지지 않나요?
한의사가 진찰하고 처방한 한약과 출처 불명의 즙이나 환은 전혀 다릅니다. 임상시험 8편을 분석한 연구에서 한약 병행군의 지방간 소견과 AST 수치가 유의하게 개선됐습니다. 다만 치료 전후 혈액검사로 확인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Q. 치료는 얼마나 받아야 하나요?
단순 지방간은 대개 한약 2~3개월과 주 1~2회 침·뜸을 함께 보시고, 3~6개월 뒤 초음파와 혈액검사로 재확인합니다. 생활 습관이 함께 바뀌면 더 빨리 잡힙니다.
Q. 지방간은 그냥 두면 저절로 없어지나요?
단순 지방간 단계에서 원인이 사라지면 회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그대로 두면 일부는 간염과 섬유화로 진행하므로, 원인을 찾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검진 결과지를 들고 오시는 분들께 저는 늘 같은 말씀을 드립니다.
지방간은 게으름의 증거가 아닙니다. 몸이 지금 처리 용량을 넘겼다고 보내는 신호일 뿐입니다. 그리고 신호는 무섭다고 껐다가 다시 켜지는 게 아니라, 원인을 찾아주면 조용히 사라집니다.
다행인 것은 지방간이 되돌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상태라는 점입니다. 늦게 알았다고 자책하실 일이 조금도 아닙니다.
자연한의원에 오시는 모든 분들의 발걸음이 가실 때는 한결 더 가벼우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용인 동백 자연한의원 권영배 원장 드림